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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수필] 닥치면 할 수 있는 것들

막상 눈앞에 일이 닥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어떤 일이라도 꼭 해야만 한다면 누구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하게 되죠

등뼈사이로 근육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던 밤이었다

이리저리 뒹굴러봐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꿈이 이어졌다. 미화여사님이 담배를 몰래 피워가며 마포질을 하는 것을 목격한 순간 사람이 없어도 사직서를 받겠다고 문을 열고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그가 떨군 담배꽁초를 바라보다 알람소리에 아침을 맞았다. 여전히 등 근육이 아프다고 호소하고 꿈은 생생하다. 전화벨이 울린다. 혹시 미화여사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핸드폰을 보니, 친정 언니다.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았더니, 요금제에 사용할수 있는 시간이 120분이나 남았다며 쉬는 날 뭐할거냐,며 아이들 잘 있냐는 대화로 20여분을 핸드폰을 잡고 있었다. 핸드폰을 끊고 그런데, 왜 내 등짝이 아픈건가, 생각했다.

생각났다.

어제 에스콰레이터 옆 스텐에 쌓인 먼지 제거를 하느라 오르락 내리락하며 비스틈한 자세로 다녔던 생각이 났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면 우리몸은 엄살을 떤다. 그 덕분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 새벽에서야 잠깐 잠든사이 꿈을 꾼것이다. 몸 아픈것이 나은가, 마음 불편한 것이 나은가, 둘중에 하나도 선택하지 못하겠다. 한달전에 지하5층에서 엄마 고양이가 승용차에 치었다. 주차가 발견하여 미화파트에게 전달했고 나는 무서워서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옆에 남자분들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내가 치워야 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며칠전 엘리베이터 내부 바닥을 청소하고 내려오던중 지하 5층 주차장 바닥에 큰 쥐가 피를 흘리고 있는것을 본 순간 무섭고 구역질이 났다. 얼른 상사에게 전화해 다른 차바퀴가 누르고 가기전에 얼른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치우고 난 상사는 아기 고양이인데, 마지막 숨을 몰아쉬듯 야옹소리가 났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는순간 상사에게 연락했던 내 마음도 불편했고, 치우면서 불편했던 상사마음도 생각났고 피흘리던 고양이도 생각났고 청소업무가 끝나는 시간까지 마음이 헝클어져 있었다.

그날 상사는 내게 말했다

'청소일을 하는 사람이 그런것 하나쯤 처리 못하면 어떡해. 맨속으로 똥도 치워야 하고 더 더러운것도 치울수 있어야 하는것이 우리일인데." 그 소리를 들으면서 속으로 '이 일도 그만둘때가 왔나보다'하는 반감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내안에서 '넌 씩씩하니깐 닥치면 뭐든 할수 있어.걱정마'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