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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호

[생활 수필] 속상함

여러분은 어떨 때 가장 속상함을 느끼나요? 아마 생각한 데로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그러실 거예요. 오늘 겪은 일에 대한 생활 수필을 작성해보겠습니다.

이런 일 저런 일

야간 미화 여사님이 출근하면서 신발 몇 켤레를 들고 와서 세탁소에 맡길 거라 하였다. 잠시 그 언니가 그 쇼핑백에 담긴 신발을 보더니 모두 버릴 것인데 동생이 잘못 들고 왔다고 하면서 버리라고 했다. 미화일을 하시지만 어엿한 백화점 vip고객이다. 생전 처음 자매가 직장일을 해 보는 터라(솔직히 이 부분이 참 부러웠다.) 너무 재미있어서 처음에는 6시 출근인데 2시부터 옷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야간 미화 여사님들이 근무에 투입되고 나서 주간 미화 여사님이 퇴근을 하시면서 쇼핑백에 대해 묻길래 버릴 것이라 했더니, 아까운데 가져가 농사일할 때 신고 싶은데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다. 당연히 가져가라고 못 신는 것은 버려도 된다고 상사님이 주었다. 퇴근 후 씻으려고 옷을 모두 벗었는데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문제가 생겼다. 야간 여사님이 착각을 했다며 그 신발은 세탁해서 신어야 할 것이라 했다. 직접 전화를 한 것이 아니고 중간에 다른 사람을 시켜서 전화한 것이다.

속상함이 극에 달하다

나는 실례를 무릅쓰고 주간 여사님께 다시 신발을 가져올 수 있냐고, 자초지종을 말하며 보라색 운동화 하나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실수할 것이 염려되어 그 신발 하나면 되냐고 재차 확인을 했었다. 그런데 또 전화가 왔다. 쇼핑백에 있던 다른 신발도 필요하단다. 또다시 주간 여사님께 전화를 걸어 제가 정말 미안하다며 다른 신발도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그 여사님은 자신이 신을 것이 안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버린 것이 미안하다며 다시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괜스레 순박한 주간 여사님에게 더욱 미안해졌다. 혹시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서 무시하는 생각을 해서 내일부터 미화를 그만두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었다. 그 야간여사님꼐 전화를 걸었다. "사람을 왜 이렇게 난처하게 해요. 아까 분명히 버린다고 다 버릴 거라고 했잖아요.

나의 기분은 곧 타인의 기분

그 여사님이 가져간다고 한 것도 아니고 상사가 가져가 필요하면 신으라고 일부러 손에 들려주었는데, 진짜 화가 나네요." 높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러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나왔어야 했는데, 왜 신발을 그곳에다 버렸느냐며 그것을 모르고 백화점 지하 휴지 버리는 곳을 찾았다며 내 상식을 뒤엎는 말만 했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00 씨가 분명히 버린다고 했던 것이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래서야 열 받았구먼 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엄척 열 받았지요" 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영 기분이 찜찜하다. 주간 여사님 기분이 어떨까? 그 생각을 하니, 괜스레 죄송해진다. 성격이 곧고 성실하며 정이 많으며 쓰레기봉투 한 장도 내 것처럼 아껴 쓰는 분이시라 곁에 사람이 물건 낭비하는 것을 보면 속상해하시는 분이시다. 이 시대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으랴? 지금 이 순간 내 기분이 이렇게 우울한데, 그 주간 여사님 기분은 속상함이 어떠할까?